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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추노 경험기 [1편] - 수산물공장 공무팀

수박 겉핥기. 2022. 4. 16.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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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추노 경험기 [1편] - 수산물공장 공무팀

오늘은 내가 20대 시절 멋모르고 입사했던 회사에 대해서 포스팅을 해볼까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직장 생활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 드는 회사다.

회사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바닷가 근처에 있는 수산물 가공 공장이다. 내가 하는 업무는 수산물을 보관하는 냉장실과 냉동실 온도를 관리하고 현장의 사소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잡부 업무였다.

입사 후 탈출하기까지의 이야기.

대학 졸업 후 일자리를 알아보던 중 수산물공장의 공무팀 채용공고를 보게 되었다. 대충 기억나는 내용은 이러했다.
1. 숙식 제공.
2. 격일 근무.
3. 경력 무관.
4. 월 급여 130만 원.

이 회사에 지원했던 가장 큰 이유는 격일 근무라는 이유였다. 격일 근무란 쉽게 말해 24시간 근무, 24시간 휴무이다.

24시간을 회사에 있어야 하지만 밤에는 수면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별도로 있어서 자격증 공부를 하는 내입장에서 매우 좋은 조건이었다.

입사지원서를 제출 후 며칠 뒤 연락이 왔고 면접을 보러 갔다. 공장장이라는 사람과 면접을 진행했고 사적인 질문을 몇 번 물어보더니 그 후 자기 자랑만 하다가 면접이 끝났다.

그날 오후 바로 합격 연락을 주더니 언제까지 출근하면 된다고 하더라. 나는 알겠다 말한 뒤 첫 출근을 하게 되었다.

첫 출근 후 업무에 대한 내용을 인수인계받는데 별것 없었다. 냉장실, 냉동실 온도를 일정 수준 유지시키는 일이었는데 몇 도 이상 온도가 올라가면 기계를 가동해 다시 떨어트리는 업무였다.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온도를 보고 사람이 직접 기계를 켜고 끄고 하냐고 생각했다. 충분히 자동화시킬 수 있는 부분인데 망해가는 회사라 설비투자를 안 하는 듯 보였다.

여하튼 그렇게 한 달을 근무했을 때부터 퇴사를 해야 되는 이유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정말 많지만 몇 가지만 나열해보도록 하겠다.


1. 연장근무 수당.
가끔씩 타 부서 업무 지원으로 인해 연장근무를 해야 되는 상황이 생겼다. 연장근무 수당을 지급한다고 들었는데 말도 안 되는 조건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연장 근무 20시간은 무급으로 하고 그 이후부터 수당 지급을 한다는 것이다. 공장장 머리에서 나온 생각이라는데 이러한 이유로 기존에 있던 직원들이 단체로 퇴사했다고 하더라.

2. 직장 동료들의 인성.
이 부분은 케바케일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지금까지 다녀본 직장 중에서 가장 최악으로 손꼽힌다. 그 이유는 몇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뒷 담화를 이렇게 많이 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내가 근무하는 곳이 예전부터 직원들 아지트 같은 장소였다고 하는데 이곳에 사람들이 모이면 매번 뒷 담화를 한다. 뒷 담화의 대상은 그 자리에 없는 사람.

나랑 교대하는 사람 말로는 내가 휴무로 없을 때 내 욕을 그렇게 했단다. 물론 내 교대자가 휴무 들어가면 내 앞에서 똑같이 욕하고 있더라.

한두 명만 그렇다고 하면 그 사람 성격이 그런가 보다 하겠는데 이건 무슨 서로가 서로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 난 사람들 같더라.

3. 월급 체불.
TV에서만 볼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처음 입사 후 첫 달에는 몰랐는데 2달째 갑자기 월급의 50%만 지급하고 며칠 뒤에 지급하겠다는 말을 하더라.

다른 직원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그 당시 나도 크게 돈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라서 신경 안 쓰고 넘어갔지만 점점 밀리는 월급을 보니 답이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

4. 발전 가능성 없는 회사.
처음 입사하자마자 들었던 생각이 이 회사 조만간 망하는 거 아닐까?라는 것이었다. 변화를 싫어하는 직원들 태도와 어떻게든 회사를 살려보겠다는 사장 의지가 안보였다.

이러한 이유들이 있어 퇴사를 고민하고 있을 때 결정적인 사건 하나가 발생한다. 가족 여행을 떠나자는 부모님 말에 주말에 이틀 정도 쉴 수 있냐고 회사에 물어보니 돌아오는 답변은 안된다는 것이다.

격일 근무제라는 것을 알고 입사는 했지만 한 번쯤은 이틀 정도 쉴 수 있는 상황이 생기면 쉴 수 있도 방안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내 생각과 달리 그러하지 못한 현실이 너무 서럽더라. 이 일을 계기로 바로 사직서를 작성 후 공장장에게 전달했다.

공장장은 이러한 이유로 퇴사를 한다는 게 이해 안 간다는 반응이었고 다음 달까지만 근무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런 회사에 단 1분도 더 있기 싫은 나로서는 멍멍이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로써 기나긴 7개월간의 중소기업 직장 생활을 마무리 지었다. 물론 나도 뛰어난 인재가 아니기에 이런 회사에 들어간 것이지만 이런 회사는 피하는 게 답이라 생각한다.

수박 겉핥기의 마무리.

퇴사 후 5년쯤 뒤 우연히 그 회사 앞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회사 건물들이 사라지고 빈 공터만 남은걸 확인했는데 뭔가 모르게 아쉬움은 남더라.
나쁜 추억도 추억이긴 한가보다.